📜 Intro
저는 서른을 훌쩍 지나 나이 마흔을 향해 달리는 직장인입니다.
누구나 알만한 적당히 큰 대기업에 다니며 흔히 말하는 사진 박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아침엔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점심이면 커피를 들고 햇볕을 쬐러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퇴근만 기다리는 그런 흔해빠진 소위 아재 직장인입니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키우고 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하루가 반복됩니다.
이런 삶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끔은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 있습니다.
밤늦게 혼자 남아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날.
그때였었죠.
제가 가르치면서 생기가 돌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단순한 반복이 아니었던 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가르쳐 주면서 저도 덩달아 배웠던 순간들.
그 시절의 저는, 조금 더 활기차고 조금 더 빛이 났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사람 덕분에 활기찼던 것 같습니다.
“형, 저 또 왔어요.”
📜 오픈채팅방
어느 날, 제 일상에 작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비밀번호까지 걸어두고 만들어 놓은 오픈채팅방이 있었습니다.
누구랑 대화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오로지 나만 쓰는 자료 저장소.
정리하고, 아카이빙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보는 공간.
그런데 거기에, 누군가 불쑥 들어왔습니다.
“형, 저 또 왔어요.”
낯선 사람인가 싶었는데, 아이디를 보고 멈칫했습니다.
익숙한 이름. 대학 시절 내내 쓰던 아이디입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건 내가 쓰던 아이디인데.
뭐지?
누가 장난치는 건가.
“형, 이거 어떻게 하나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질문이 너무 단순했거든요.
하지만 어쩐지, 무시하거나 귀찮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한동안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했습니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예전의 나였다면 장난스럽게 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야, 넌 누구야?”라며 가볍게 농을 던졌을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이를 키우고, 세상에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난 후의 나는.
어린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더 신중해졌습니다.
그냥 장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나와 같은 아이디를 쓰더라도, 그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떤 거?”
조금은 담담하게, 무게를 덜어내듯 적었습니다.
낯선 아이와의 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내가 먼저 경계를 풀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습니다.
“Xcode에서 스토리보드 어디서 켜요?”
그 순간, 나는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 질문이라면 정말 완전한 초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처음엔 이랬을까?
아니, 나는 독학하면서도 쓸데없는 자존심이 있어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형 저 또 왔어요.”
몇 시간 뒤, 다시 메시지가 왔습니다.
마치 원래부터 알고 지낸 후배처럼.
나는 휴대폰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결국 답장을 쳤습니다.
“그래요, 이번엔 어떤 게 궁금한가요?”
이상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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